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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빡빡 깎고 다시 중학생 머리로 돌아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3개월 후 입대했다. 1985년 6월 19일로 기억된다. 전주역에서 군용 열차를 탔다. 이미 교회 친구들 중 상당수가 군에 입대해 있는 상태였다.
어머니와 안순희 친구가 마중나왔다. 눈물이 계속 날 것 같았다. 기차에 올라탔고 어머니와 친구에게 손을 흔들고 기차는 출발했다. 내가 전체 중에서 나이가 좀 있는 편에 속해 보였다.
전주역을 벗어나자 하사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욕을 하기 시작했다. 완행 열차같은 서로 마주보는 좌석이었는데 좌석 밑으로 튀어 들어가라고 외쳤다. 늦게 들어간다고 발로 밟기 시작했다.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이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가는 어린 청춘들에게..아 이게 군대구나.
먼저 군에 간 친구들은 군이 많이 민주화되었다고 말했었다.
기차는 계속 달려 안양을 지나 관악을 지나 청량리 춘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관악산 옆을 지나갈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지난 4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서울대 입학했다고 좋아했는데 매일 데모와 최루탄 가스, 잡혀가고 두들겨 맞는 친구들. 분노가 솟구쳐 오르나 어찌할 수 없는 비겁함.
도시빈민 생활, 저녁이 찾아오면 엄습해오는 배고픔, 몸으로 때우는 알바, 항상 돈 걱정, 등록금 걱정, 자취방 걱정, 진로에 대한 고민..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옳은지에 대한 혼란.
이 모든 것이 머리를 빡빡 깎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 하는 나에게 욕설로 임하는 상황 속에 내가 놓여 있다는 점이 나의 설움을 더욱 복받치게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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