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가난한 자를 성실히 신원하면 그의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잠29:14)

  강도사
  자살? 죽으면 안돼(기고 옮김)
  

"죽으면 안돼!’

오늘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자살에 관해 얘기를 꺼내려고 하니 조금은 느닷없고 또 뭔가 불길한 인상을 갖는 게 사실이다. 이번 총선의 후일담은 얼마나 많은가. 다수당이 바뀌고 예전 같으면 ‘빨갱이’로 몰렸음직한 민주노동당이 제3당으로 당당하게 여의도에 진출하고, JP의 은퇴와 함께 3김시대가 끝나는 등 하고 많은 얘기 중에 자살이라니, 더구나 아침 식탁 자리에서도 자살은 꺼림칙하고 칙칙한, 그래서 기피당하는 화젯거리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살 이야기를 하려는 참이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모든 지면이 총선 관련기사로 도배하듯 채워지던 날 경향신문 4월14일자 사회면에 3건의 자살 관련기사가 실렸다. 하나는 직장에서 촉망받던 40대 후반의 한 은행 간부였다. 그는 이혼하고 5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를 모시고 살다 급기야 죽음을 택했다. 또 한사람은 한강대교 아치 위에서 대통령 탄핵반대 1인시위를 하다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인 채 뛰어내렸다. 10대 후반의 고교 2년생도 ‘못생겼다’는 말 한마디에 4층 교실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고 보면 정몽헌 회장이나 한 젊은 주부의 집단투신과 함께 선거열기의 와중에서 일어난 이들 사고는 우리 사회에 자살이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한다.

-선거전날 3건의 자살기사-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그런대로 자살을 방지하는 규범이 있었다. 비록 로마시대의 철학자 세네카와 같이 자살을 옹호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거나 몽테스키외나 루소 등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들 중에서도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태어난 것이므로 이 사회를 스스로 포기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대체로 종교적 전통이 강한 서구에서는 ‘자살자는 살인자’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심지어 자살자에 대해 장례식을 금지하거나 시신에 체벌을 가하고 재산을 몰수한 때도 있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해서 자살이란 상상도 할 수는 없는 유교적 전통이 있었다. 이런 전통이 무너지고 게다가 서구처럼 자살을 방지하는 사회안전망마저 허술해 사실상 자살은 방치되고 있다. 자살 통계를 보면 1988년 2,947명에서 2002년 8,631명으로 무려 3배가 늘어났다. 10대에서 30대까지의 자살이 사망원인 순위 2, 3위를 차지하고, 최근에 장년층의 자살률은 평균치를 웃도는 실정이다. 2002년 자살자 수는 피살이나 익사자의 약 10배, 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15배가 넘고 있다. 이 수치는 교통사고 사망자 9,201명에 거의 육박하고 곧 역전될 추세다.

이런 추세이다 보니 자연 자살왕국이란 오명도 쓰게 될 처지다. OECD 99년 자료에는 관련국가 중 우리나라 자살률이 가장 높다. 80년대와 90년대를 비교한 이 자료에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물론 헝가리, 체코마저 마이너스인 반면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6배가 넘고 있다.

-번짐 간과 너무 무관심-

그럼에도 우리는 교통사고나 화재사고에는 난리법석이면서도 굳이 자살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고 조용하다. 정몽헌·안상영·남상국씨 등의 죽음도 단지 정치변화기에 일어난 돌출사건으로 치부해버렸을 뿐이다. 이런 태도는 자살이 다른 사고와 달리 번짐의 효과가 있음을 간과하는 것이다.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참가했다 살아난 한 젊은이가 집단자살 과정에서 마치 최면술에 걸렸던 것 같다고 술회한 것이나 레조 세레스의 노래 ‘그루미 선데이’가 헝가리인 187명을 자살로 이끈 사례가 바로 그렇다. 자살은 개인적인 것, 감춰야 할 것으로 방치되는 한 우리 사회의 자살 증가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이 함께 ‘죽으면 안돼!’라고 한 목소리를 낼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 위에서 다양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서둘러야 할 때가 왔다.


〈이상문 논설실장〉
2004-04-21 12: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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